[2024 민관 R&D 혁신포럼] 민간 R&D 협의체, 200여개 기업의 R&D 수요 모아 정부 전달…“이런 R&D 바란다” (2024)

최근 전보다 더욱 강조되는 것이 연구개발(R&D)의 사업화다. R&D 성과가 시장에 풀려 체감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R&D 투자의 약 80%를 차지하는 민간, 이를 지원하는 정부의 협력이 중요하다. 지난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출범시킨 상시 민관 협력 네트워크 '산업별 민간 R&D 협의체'가 주목받는 이유다. 협의체는 참여기업 R&D 수요를 도출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직접적인 민관 협력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27일, 올해 협의체에 참가한 200여개 기업의 목소리를 공유하는 자리가 열렸다.

과기정통부와 산기협은 이날 서울 더케이 호텔에서 R&D 기술수요와 주요 정책 개선 의견을 살펴보는 '민관 R&D 혁신포럼'을 개최했다.

정부에서는 류광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비롯한 관계부처 인사들이, 기업계에서는 구자균 산기협 회장과 200여개 기업 기술임원(CTO) 등이 자리해 민관 R&D 협력에 뜻을 모았다.

△탄소중립 △무탄소에너지 △첨단바이오 △미래모빌리티 △디지털전환 △우주항공 등 협의체 6개 분야 11개 분과가 기술 수요와 현장 의견을 모은 전략보고서가 이날 정부에 전달됐다.

◇CO₂ 배출 저감·포집 기술 투자 필요

탄소중립 분야 산업공정혁신분과에서는 시멘트·철강·석유화학 산업 수요기술을 도출했다.

시멘트 산업은 기존 소성공정 연료이자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이 많은 유연탄을 대체하는 연료 발굴을 요구했다. 에너지 사용 저감설비 확충과 공정개선 과제도 요청했다.

철강에서는 고로-전로, 전기로 공정 효율 향상과 탄소 배출 없는 혁신 철강 생산기술 개발이 화두였다.

석유화학 산업에서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자원 순환, 산업 폐열 회수 및 에너지화 등에서 필요 과제를 꼽았다.

탄소포집·활용·저장(CCUS)분과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배가스 맞춤형 포집기술 실증과 대규모 해상지중저장 핵심기술 개발 등을 제안했다.

또 차세대 원천기술 확보 차원에서 3세대 CO₂ 포집용 흡수제 개발과 중소형 고효율 CO₂ 포집설비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국내 산업체 특화기술을 구현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

◇탠덤 태양전지·SMR 신기술로 무탄소에너지 이루자

무탄소에너지 분야, 그 중에서도 신재생에너지분과 화두는 △태양광 △풍력 △수소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계통으로 이 중 태양광 영역에서는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 및 조기 상용화를 이슈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초고효율 탠덤 태양전지 양산 기술,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용 양산 대면적 증착장비 등을 개발 수요로 봤다.

풍력에서는 급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해상 풍력 시장에 대응해 초대용량·부유식 해상풍력터빈 개발, 지역 특성에 맞는 경쟁력 우위 모델 개발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수소는 대규모 청정수소 생산·운송기술과 모빌리티용 수소엔진·수소연료전지용 핵심 부품소재 기술 국산화 등으로 수소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ESS 부분은 저비용·고효율·대용량·고안전성·장주기 ESS 기술과 전력계통의 관리·수용성 및 운영 효율성 증대 기술 개발 필요성을 역설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분과는 SMR 안전 운영 핵심 계통과 해양 원자력 응용 기술, SMR 시공 속도를 높이기 위한 첨단 제조 및 시공 가속화 기술, SMR 생산 전력과 공정열 활용 기술 등 개발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래 원전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바이오분야에 글로벌 트렌드·디지털기술 더해야

국민 안전, 삶의 질에 직결된 첨단바이오 분야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차세대 모달리티(치료접근법) 분과에서는 고형암 타깃 세포·유전자 치료제,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활용 유전자 치료제, 이중항원·삼중항원 타겟 항체 치료제, 표적단백질 분해제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또 중점 투자가 필요한 차세대 유망 신기술로 분해제-항체 접합체(DAC) 기술과 다중표적저해제 기술, 체내 표적 세포 특이적 전달 기술, 마이크로바이옴 전달체 또는 치료제 기술, 인공지능(AI) 활용 신약 개발 기술 등을 꼽기도 했다.

디지털헬스케어분과는 컴퓨터 단층촬영(CT) 기반 알츠하이머 바이오마커 예측 기술과 같은 필수의료 초정밀진단기술, 혈액 현장진단 플랫폼과 같은 초고속 현장진단 시스템 기술 개발이 중점 과제라고 전했다.

디지털 기술을 융복합한 의료기기 기술과 디지털융합의약품 개발에도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AI를 적용한 디지털헬스케어 및 만성질환 관리·원격모니터링 시스템 기술 개발 역시 정부 투자를 제언했다.

◇기술 투자 확대로 미래교통환경 대비

미래모빌리티 분야 자율주행분과에서는 미래 자동차 환경을 선도할 다양한 수요 과제가 도출됐다.

분과는 특히 자율주행 핵심인 인지 부문 발전을 위한 고성능·고정밀 부품 고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게르마늄을 사용한 단파장 적외선(SWIR) 기술과 가혹한 외부환경에서 인지가 가능한 라이다 기술 등의 정부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개별 기업 R&D로는 한계가 있는 차세대 48볼트(V) 고전압 전장 시스템 체계 대응을 위한 기술 개발 역시 중요하게 봤다. 아울러 차량 데이터 공동활용과 평가·검증 체계 구축도 강조했다.

도심항공교통(UAM)분과는 도심지 UAM 운항 위험도 예측·평가·관리 기술과 같은 안전운용체계 고도화 차원의 기술, 지능형 데이터 공유 체계 등 기술혁신 기반 상호운용성 강화 기술 개발에 투자를 바랐다. 관련 산업과 시장 생태계 조성을 위해 수소 충전 및 운영 인증기술 등 지원을 바라기도 했다.

◇최첨단 AI·로봇 기술 확보로 디지털전환 이뤄야

날이 갈수록 중요성을 더하는 디지털전환 분야에서도 제언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인공지능(AI)분과는 △AI 학습 및 추론용 저전력 반도체 핵심 소프트웨어(SW) △AI 학습을 위한 수요 데이터 셋 △산업 적용을 위한 특화 모델 △AI 신뢰성 보장 보안 기술 △실용적 AI 응용 서비스 등 구현을 위한 세부 기술 개발 추진을 제안했다.

특히 저전력 반도체 핵심 SW 기술 확보 차원에서는 신경망처리장치(NPU) 관련 기술, 산업 특화 모델 개발을 위해서는 소형언어모델과 생성형 AI 모델 관련 기술 투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로봇분과는 먼저 로봇 구성요소들의 성능 극대화를 위한 표준화 부품·모델 개발을 현안으로 꼽았다.

이에 더해 AI를 체화한 로봇 기술, 가상물리시스템(CPS) 연동 요소를 갖춘 로봇 부품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로봇 응용범위를 극대화하는 신공정·신분야 로봇개발 관련 수요도 내놓았다.

◇미래는 우주에…우주항공분과 신설

올해 새로 만들어진 우주항공분과는 우주와 항공 두 영역에서 제언을 했다. 우주의 경우 발사서비스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재사용 발사체 및 발사서비스 상용기술 확보, 인공위성을 활용한 위성통신 관련 기술, 우주급 상용전자부품 기술 구축을 화두로 내세웠다.

항공 영역에서는 첨단 항공기 구현을 위한 항공엔진 부품과 시스템, 대형복합재 등 개발을 강조했다.

정부도 민간의 목소리에 화답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도 협의체 기술 수요를 토대로 신규 사업 예산 1298억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또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전략보고서 내용을 국가 R&D 사업 추진 부처에 전달해 R&D 투자방향 수립과 예산 배분·조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포럼에 참석한 류광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인사말에서 “우리나라 R&D 투자 중 80%를 민간이 담당하는만큼 민간의 기술개발 역량과 정부의 지원이 결합해야만 혁신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민간 R&D 협의체의 수요를 수렴해, 내년도 21개 신규사업에 반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민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협의체 전·현직 분과위원장이기도 한 육심균 두산에너빌리티 전무, 김찬모 삼성메디슨 상무, 이상원 한국수력원자력 SMR개발연구소장, 김철웅 현대자동차 상무, 최준기 대동 AI랩 대표, 신상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상무 등 6명이 민간 R&D 혁신, R&D 예산 배분조정 유공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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